끈질긴 냄새벌레. 노린재의 정체는?
갑자기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벌레 하나. 톡 건드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퍼진다.
“이게 뭐야?” 싶다면, 아마도 노린재를 마주친 걸 거예요.
이 작은 곤충은 크기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죠.
이름도 생소한 이 벌레, 사실은 농업인과 도시민 모두를 괴롭히는 골칫덩어리랍니다.
골칫덩어리 벌레 노린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린재란?
노린재는 ‘노린재과(Pentatomidae)’에 속하는 곤충류로, 전 세계적으로 5,000종 이상이 존재합니다.
한국에도 100여 종이 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노린재는 대체로 납작하고 방패 모양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색깔은 종류마다 다른데, 갈색, 녹색, 붉은색 등으로 다양합니다.
몸길이는 보통 1~2cm 정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고, 몸 전체에 단단한 껍질이 있습니다.
딱정벌레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종입니다.
왜 '노린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의 유래는 바로 그 악명 높은 '냄새' 때문입니다.
노린재는 위협을 느끼게 되면 등 쪽에 있는 분비샘에서 극도로 불쾌한 냄새의 화학물질을 분사하게 됩니다.
이때 분사하는 화학물질의 냄새가 ‘노린내(노린 냄새)’와 비슷하다는 데서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노린재의 생활사
노린재는 봄에 알을 낳기 시작해 여름 내내 성장하고, 가을이 되면 활동을 멈추고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보통 한 번에 20~30개의 알을 잎 뒷면에 붙여 낳습니다.
노린재의 유충과 성충 모두 식물을 흡즙하기 때문에 여러식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왜 그렇게 냄새가 날까?
노린재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그 지독한 냄새입니다.
그 냄새는 어디서 나냐고요?
노린재는 위협을 느끼거나 죽을 위기에 처하면 복부에 있는 분비샘에서 강한 냄새의 화학물질을 뿜어 냅니다.
이건 자기방어용인데, 사람 코에는 아주 역겹고 오래가는 냄새로 느껴지죠. 뭔가 ‘썩은 풀냄새 + 화학약품’ 느낌이라고 할까요?
노린재의 서식지
노린재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특히 온난하고 습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남유럽, 미국 남부 등지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주로 논밭, 산, 들, 정원, 주택 벽 틈새 등에 서식하며 가을철엔 실내로도 숨어들기도 합니다.
노린재의 종류
노린재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0종이 넘고, 한국에도 약 300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갈색노린재
가장 흔하게 보이는 종류입니다. 주로 집 근처에서 발견되며, 냄새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초록노린재
이름처럼 몸이 초록빛을 띠고 있어서 식물과 잘 섞여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3. 광대노린재
다소 크고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며, 논밭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4. 미국선녀벌레 (외래종 노린재)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외래종인데,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알에서 성충까지
노린재는 일반 진딧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하게 됩니다.
노린재는 불완전변태 곤충입니다.
즉, 번데기 단계 없이 알 → 유충 → 성충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암컷은 주로 잎 뒷면에 줄지어 알을 낳는데, 이 알이 부화하면 어린 노린재가 됩니다.
약충은 몸집이 작고 날개가 없으며, 5번 정도 탈피를 거쳐 성충이 됩니다.
보통 1년에 2세대 정도가 발생하며, 기온이 높을수록 더 활발하게 번식합니다.
노린재는 유충 시기부터 식물을 흡즙해 피해를 주기 시작하며, 몇 주 안에 성충으로 성장합니다.
농작물의 최대 적, 노린재
노린재는 벼, 콩, 고추,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가리지 않고 공격합니다.
특히 콩과 고추 농가에서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바로 수확량 감소는 물론 상품성 저하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농작물을 키우는 농가에 큰 타격을 줍니다.
노린재는 주로 식물의 즙을 빨아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벼, 콩, 고추, 배추 등 농작물의 줄기나 잎에 바늘처럼 생긴 입을 꽂고 즙을 쪽쪽 빨아먹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작물이 상한다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수확량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어서 농민들에게는 ‘밉상 곤충’으로 불리곤 합니다.
노린재가 농가에 주는 피해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콩밭에서 난장판
노린재는 콩의 꼬투리에 주둥이를 꽂아 즙을 빨아먹습니다.
이 때문에 콩알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쭈글쭈글해져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피해가 심할 경우 수확량이 50% 이상 감소하기도 합니다.
고추에 남은 반점
고추 농장에서는 노린재가 고추의 어린 열매에 흡즙하면서 검은 반점이나 기형 과실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추의 모습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이 비어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나타나는 이유는?
노린재는 더 이상 농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여름~가을 사이, 도시 아파트와 주택가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종종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월동처를 찾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창문, 배기구, 방충망의 아주 작은 틈도 이들에게는 대형 출입문이 될 수 있습니다.
노린재는 날개가 있어 능숙하게 날아들 수 있고, 빛이나 따뜻한 실내 환경에 끌려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창문 틈, 방충망 벌어짐 등을 잘 관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방어기제'
노린재가 방출하는 냄새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 수단입니다.
이런 냄새가 인간에게도 강한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마치 “나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노린재 퇴치 방법 총정리
이런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노린재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집안에 침범하는 노린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다음 4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분사형 살충제는 신중히
일반 모기약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노린재는 외피가 단단해 웬만한 약제엔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린재를 없애기 위해서는 노린재 전용 제품을 사용하거나, 직접 접촉식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기
만약 노린재를 손으로 잡게 된다면 냄새가 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린재를 잡을 때 항상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집 안에서 발견되었을 경우, 냄새를 최소화하려면 진공청소기로 조심히 빨아들인 후 봉투를 바로 폐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 향을 이용한 퇴치법
노린재는 강한 향에 민감합니다.
박하, 라벤더, 계피 오일 등을 문지르거나 뿌려놓으면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방충망 점검 및 실리콘 마감
노린재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문 틈새나 방충망의 작은 구멍을 실리콘이나 테이프로 막아 미리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노린재, 알고 보면 생태계의 일부?
놀랍게도 노린재 중 일부는 해충이 아닌 익충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포식성 노린재는 진딧물 같은 해충을 잡아먹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전멸’보다 정확한 구분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악취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노린재는 작고 냄새나는 해충으로만 생각되기 쉽지만, 그들도 생태계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다만, 사람과 가까운 곳에선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 퇴치, 관찰 세 박자가 모두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노린재를 보게 되면 ‘혐오’보다는 ‘이해’의 시선으로 한 번쯤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노린재가 집에 자주 들어오는데 원인은 뭔가요?
A1. 가을철 월동을 위해 따뜻한 장소를 찾기 때문입니다. 창문 틈, 방충망의 구멍을 통해 침입합니다.
Q2. 냄새가 너무 심한데 어떻게 제거하죠?
A2. 알코올이나 식초 희석액을 뿌리거나 환기를 통해 냄새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Q3. 노린재는 사람을 물거나 해를 끼치나요?
A3. 직접적으로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지는 않지만, 냄새와 작물 피해로 간접적인 불편을 줍니다.
Q4. 노린재는 겨울에 다 죽나요?
A4. 아닙니다. 따뜻한 곳에 숨어 월동하며, 봄에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Q5. 친환경적인 노린재 퇴치법은 없을까요?
A5. 향신료(계피, 라벤더, 박하 등) 사용이나 천적 유인을 통한 생태적 방제가 대표적입니다.